가을 모기
여름철 끈질기게 넘겨 살아남은 것인지 가을에 태어나 힘 씽씽한 것인지 엥- 깊숙한 잠을 헤집는 모기 출현 온 신경이 벌떡 일어난다
5분대기조 홈매트 꺼내 불을 붙이고 두 눈 부릅뜬 초병이 된다
부어오른 장딴지 어루만지며 딸아이 혹시 물렸는지 한번 물리면 아토피로 한달씩 진물 흘리는 전쟁의 상처, 지루한 회복 기억하며 낮게 엎드려 숨어 있을 적의 숨소리를 찾아낸다
다시 누운 잠자리에 모기는 사라졌건만 경계의 끈 늦출 수 없는 나는 이미 모기에게 지고 있었다 눈 벌겋게 충혈되고 있었다
손톱의 반의반도 안되는 고놈의 모기 때문에 이미 새벽은 장딴지처럼 부어 오르고 있었다
(현대시문학 2001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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