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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에 은행털기
 번호 : 242 | ID : yonadarn | 글쓴이 : 이태훈 | 조회 : 4944 | 추천 : 198 | 작성일 : 2007-10-18

얼마 전 아는 분의 고모님 시골집에 은행을 털러 세 가족이 모였습니다.
세 가족은 같은 아파트에 살면서
거의 하루도 얼굴을 안 보면 이상한
가족공동체 같은 가족입니다.

경기도 어디 조금 북쪽으로 1시간 여를 달려가니
시골 냄새(이건 거의 인간 배설물 냄새지요)가 솔솔 풍겨져 나오고
'야, 이게 적응돼야 시골에서도 살겠다' 하며
집으로 들어섰습니다.

아담한 집은 온통 방충망으로 둘러쳐져 있었는데
모기 들어온다며 빨리 들어오라고 하십니다.

잠시 차 한 잔 마시고 본격적으로 은행을 털기 시작했습니다.
(다들 은행털기는 처음 해보는 체험학습이었습니다.)
시작은 즐겁게
마당에 우람하게 서 있는 은행나무에
모 집사님이 올라가 은행을 털기 시작했습니다.


모기가 본격적으로 달려들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은행을 털고 한번만 껍질을 벗기면
우리가 먹는 은행열매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은행털기는 전초전에 불과했습니다.
은행열매를 얻기 위한 첫번째 작업은
작업화 신고 은행을 담은 푸대를 밟기

얼떨결에 따라온 총각 조카는
작업화가 한 켤레밖에 없던 관계로
한 시간 가량을 은행을 밟는 수고를 해야 했습니다.

밟아진 은행은 커다란 대야에 물을 풀어서
은행을 싸고 있는 중간 단계의 열매를 거둬들이는 단계로 들어갑니다.

그러나 상당히 오랜 시간 밟혀진 은행이라 해도
쉽게 은행으로 본색을 드러내지 않더군요.

아줌마 세 명이서 연신 물로 행궈내면서 꽤 오랜 시간
작업을 해야 했습니다.
모기가 달라붙어서 온 몸에 에프킬라를 뿌려대고

마지막 작업까지 마치고 나자 모두들 생각보다 힘든 작업에
녹초가 되었고
집으로 떠날 시간이 훨씬 지나 있었습니다.

은행털이
그거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는 거
식당에서 맛있게 먹던 그 은행이
이렇게 힘든 과정을 거치고 나온 것이라는 걸 생각하니
음식 쉽게 먹을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은행털기를 하여 집으로 가져온 은행들입니다.
이걸 먹을 만큼만 비닐봉지에 담아서 전자렌지에 1분30초 동안 돌립니다.
1분쯤 지나자 은행이 터지는 소리가 들리더군요.
무서운 저는 얼른 취소를 누르고 꺼냈습니다.
나중에 물어보니 원래 그렇게 터지는 거라고 하네요.
(밤은 칼로 흠집을 내어 넣어야 한다고..)

반쯤 벌어진 은행을 손으로 까서 먹기좋게 ㅋㅋㅋ



가족은 냄새 난다고 아무도 안 먹어서 저 혼자 냠냠 다 먹었답니다.
오늘 저녁에도 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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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일

  요즘 하도 은행이 많이 털려서 은행에 돈이 없다네요!^^
은행을 잘 발려서 구워먹으면 고소하니 참 맛있습니다.

백승호

  와우! 사진으로 봐도 정말 먹고 싶습니다. 후라이펜에 구워 먹으면 정말 맛있는데..딱 한번 은행을 까봤는데 냄새가 장난아니더군요...
전 직업이 직업인지라, 점차로 사회공동체에서 멀어지고 있는 느낌입니다.
매일 혼자 노니....

송인관

  칠레산 포도주와 같이 먹으면 크.....얼마나 좋을까!!!!

송인관

  은행나무가 멸종당하지 않고 오랜 세월을 버티어 온 것은 바로 씨앗의 암모니아 냄새와 잎에는 미생물과 동물들이 싫어하는 성분이 있어서 아무도 공격하지 않았고 그래서 아직까지 천적이 없다고 하는군요.

신민수

  와~아~ 맛있는 냄새가 여기까지 오는것 같습니다^^
고생하신 보람이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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