앰프 등급 분류 기준 정의

심심한 저녁 시간이군요. 그래서 앰프 등급을 어떻게 분류하는가 고민해 보고 싶습니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가격을 보고 판단하는 것이 편한 방법입니다. 제가 오디오 기기를 사보면서 느끼는 것이 시장에서 형성된 가격이 매우 타당한 근거가 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가끔씩은 예외인 경우도 있긴 하지만 잘 알려진 메이커의 가격을 믿고 등급을 분류하는 방법이 가장 편하다고 볼 수 있죠. 그러나 저는 왜 그런지 그 이유를 알고 싶어서 나름대로 오디오 생활을 하면서 연구한 점을 적어 보려고 합니다.

앰프의 스펙을 이야기 할 때 음의 투명성이나 해상력, 음장감 등을 거론합니다. 70년대나 80년대는 당연히 따져야할 요소이었지만 지금은 입문기이든 고급기이든, 진공관이든 티알이든 그 차이가 별로 없이 일반화 된 것 같습니다. 그래서 등급 분류기준에서 제외시키겠습니다.

음의 색깔에 대해서 이야기 할까요. 음의 색깔은 대역의 밸런스에서 결정됩니다. 고역의 에너지 레벨을 약간 올려주어 강조하면 화려한 음색이 나오고 저역대로 음을 강조할수록 어두운 음색이 나오죠. 앰프 제조회사가 어떤 성향의 앰프를 제작하느냐에 따라서 음영역의 선택이 가능하겠습니다만 음반이 가지고 있는 성향을 그대로 나타내어 주어야하는 필요성 때문에 음악의 장르에 따라서 약간 그 차이가 존재합니다만 대체적으로 음의 밸런스는 중립적입니다. 이 부분도 최근에 등급에 관계없이 균형잡힌 밸런스 대역을 가지고 만들어지는 것이 일반화 되어 있기 때문에 앰프 등급을 분류하는 기준에서 제외시킵니다.

다이너믹스 기능은 음의 볼륨 차이를 넓게 설정하느냐 좁게 설정하느냐에 따라서 역동성이 커지거나 줄어들게 되는데 이 부분은 시대적 유행에 따라 약간씩 달라 질 수 있는 요소인 것 같습니다. 역동성을 크게 해놓으면 차분함을 잃게 되고 차분함을 추구하기 위해서 이 기능을 약화시키면 분위기가 민밋해질 수 있기 때문에 이것 또한 중립적일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것 또한 보편화 되어 있는 기술이므로 앰프 등급 분류 기준에서 제외 합니다.

그렇다면 어떤 기능을 가지고 앰프 등급을 분류하면 좋을까요? 저는 수치상으로 표현이 불가능하고 가장 극복하기 어려운 기술이 바로 음의 직진성과 음의 확산성이라고 생각하며 이 두 가지 기능을 가지고 앰프 등급을 분류하는 기준으로 사용하고자 합니다.

음의 직진성이란 무게감이 실린 단단한 강한 음으로, 그리고 음의 확산성이란 무게감이 없는 부드러운 여린 음으로 정의 해보았습니다.

음의 직진성 성질 = 무거움 + 강함

음의 확산성 성질 = 가벼움 + 여림

이 두 가지 요소는 서로 반대되는 성질로, 하나의 앰프에서 동시에 두 가지 물리적 특성을 끌어내야 하는 어려운 난제인 것 같습니다. 그 이유가 왜 그런지 그리고 제가 왜 이런 등급 분류 기준으로 정했는지 살펴보기로 합시다.

진공관 앰프는 음의 확산성이 좋은 물리적 특성 때문에 음의 전 영역대에걸쳐서 부드럽고 편안한 가벼운 음을 느끼실 수 있습니다. 이 성질은 최초의 티알 앰프에서 찾기 어려운 성질 이었고, 진공관 앰프가 지금까지 존재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음이 부드럽고 순해서 고역대의 음에는 제격이지만 저역대의 음은 아무래도 허전합니다. 저역대의 음은 무게감이 있는 음인데 진공관은 음의 확산성 때문에 저역에서 무게감을 얻기 어렵습니다. 더구나 저음은 출력에 많은 에너지를 요구하는 특성 때문에 어느 정도 이상의 출력과 직진성을 필요로 합니다.

티알 앰프는 음의 직진성이 좋은 물리적 특성을 갖습니다. 그래서 음의 전 영역대에 걸쳐서 강한 음을 내어 줍니다. 저역대 음의 표현은 우수한 장점을 갖고 있지만 고역대의 음은 볼륨에 관계 없이 강한 음을 만들어 냅니다. 고역대의 강한 음 때문에 열정적인 표현은 우수하지만 편안한 음의 표현은 한계를 갖을 수 밖에 없고요, 이 때문에 오디오 파일들이 낮은 가격대에서 진공관 앰프를 선호하는 이유가 되겠습니다.

이와 같이 전영역대에 걸쳐서 음의 직진성만을 갖는 일원화된 앰프를 또는 음의 확산성으로 일원화된 앰프를 입문기 급으로 분류합니다. 다만 음의 확산성이 있는 앰프는 직진성이 있는 앰프보다 음악성을 고려하여 한 단계 위에 있는 것으로 인정합니다. 결론은

입문기는 음의 직진성이나 음의 확산성으로 일원화된 앰프입니다.

중급기는 어떤 특성을 가져야 할까요? 아무래도 직진성이나 확산성이 일원화된 상태에서 진보해야겠죠. 그렇습니다. 고역대 음은 순하고 저역대 음은 파워풀하면 좋겠죠. 이는 많은 오디오 파일들이 바라는 기초 개념입니다. 이것은 제가 정의한 용어로 표현하면 고역대의 음은 확산성이 좋아야하고 저역대의 음은 직진성이 좋아야 우리 귀에 즐거운 사운드가 되겠습니다. 많은 엔지니어들이 고역대는 진공관음을 저역대는 티알의 음을 내어 보려는 시도는 지금도 계속되는 상황이고, 기술적으로 그리 어렵지 않은 하이브리드 형태의 모습을 보여 주는 앰프도 있습니다. 중급기라면 적어도 고역의 확산성과, 저역의 직진성을 갖고 있는 이원화된 음의 구조이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네요. 따라서 중급기에 대한 정의는 다음과 같습니다.

중급기는 고음의 확산성과 저음의 직진성으로 이원화된 앰프입니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하나의 기기에서 이원화된 소리 구조를 내어 주어야하는 하이테크 제어 기술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많은 부작용 기능도 발생할 것 같고요. 따라서 중급기만해도 그 가격대가 높아질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최근에 저음과 고음을 분리해서 이원화시킨 다음 서브우퍼로 저음을 별도로 생산하는 3채널 이상의 다채널 앰프가 하나의 대안으로 떠오르는 것 같습니다. 중급기를 장만한다는 것도 경제적으로 쉬운 일은 아니죠. 보통 천만원대를 넘어가는 경비가 소요되어야 하니 2백만원~3백만원대에서 해결 가능한 다채널 시스템은 오디오 경험이 다소 있는 파일들에게 경제적인 대안이 되겠습니다. 이런 면에서 다채널도 하이파이 영역으로 확대시키는 새로운 트랜드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사실 저도 2.1채널로 이원화된 음의 구조를 실현하여 즐거운 사운드를 감상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고급기 하이엔드 기기를 정의해 보고자 합니다. 중급기 정도만 되어도 악단의 지휘자 같은 전문성을 가진 오디오 파일들이 아니시면 즐기시기에 충분하다도 생각합니다. 수천만원 내지 억대 단위로 뛰는 하이엔드 기기를 욕심내는 것은 우리 인간의 기본 심리이겠으나 하이엔드에서 음악의 즐거움을 느끼시려면 아무래도 음악적 소양이 있어야 그 가치를 느낄 수 있지 않겠나 판단합니다.

우리는 중급기 정의에서 고음의 확산성과 저음의 직진성으로 이원화시켰고 이는 입문기보다 상당히 발전한 음을 얻었지만 완벽한 것은 아닙니다. 확산성으로 고음의 순한 음은 열정적인 음과 긴장감을 주는 음의 표현에 어려움을 갖습니다. 반대로 저음에서도 파워풀한 음만 있는 것이 아니라 부드러운 평화스러운 저음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설명해 보겠습니다. 그랜드 피아노의 가장 아래에 있는 키를 힘컷 손으로 눌렀다고 합시다. ‘뎅~’하고 울리겠죠. 그러면 피아노가 내어준 음악적 요소는

큰 볼륨 + 음의 무게감(저음이므로) + 강한 음

이렇게 되겠습니다. 따라서 앰프가 담당할 물리적 요소는

큰 출력 + 음의 직진성(저음이므로) + 음의 직진성

이 되겠습니다. 이것은 이원화된 음의 구조로 중급기 앰프가 내어 줄 가능한 소리입니다. 그러나 상황을 살짝 바꿔봅니다. 피아노 맨 아래 낮은 음 키를 손가락으로 사알짝 눌렀습니다. ‘데엥~’ 그러면 피아노가 내어준 음악적 요소는

작은 볼륨 + 음의 무게감(저음이므로) + 여린 음

입니다. 따라서 앰프가 담당할 물리적 요소는

작은 출력 + 음의 직진성(저음이므로) + 음의 확산성

이 되겠습니다. 앰프는 이 음을 표현하기 위해서 극히 짧은 시차를 두고 직진성에서 확산성으로 변환해야 가능해집니다. 자, 그러면 고음은 확산성으로 저음은 직진성으로 이원화된 앰프 구조로 음의 표현이 가능하겠습니까? 아니죠. 하이엔드란 전체 음의 영역대에서 확산성과 직진성이 다원화된 상태로 존재하여 악보의 필요에 따라 고역에서도 직진성이 있는 강한 음을, 저역에서는 확산성이 있는 순한 음을 표현해 주어야 현장에서 들려오는 음악적 요소를 모두 소화 낼 수 있는 능력을 발휘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이제 하이엔드 정의가 가능해지겠죠. 결론은 다음과 같습니다.

하이엔드란 확산성과 직진성이 전체음의 영역대에서 다원화된 앰프입니다.

저는 하이엔드 앰프를 소유해 본 적이 없고 단지 지인의 가정에서나 오디오 샵에서 몇 시간 들어 본 것이 전부입니다. 그래서 좀 외람되긴 합니다. 그러나 제가 오디오 생활을 하면서 제 기기에서 부족하다고 느끼는 부분은 바로 확산성과 직진성이 다원화된 구조이며 음의 발전 논리상 이렇게 진행되어야 하지 않을까 전개해 봅니다.

그러면 매칭이나 다채널을 통해서 하이엔드 고급기에 접근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요? 답은 ‘없다’입니다. 확산성과 직진성이 전영역대에 걸쳐서 다원화 되었기 때문에 채널 분리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음이 아니라는 거죠. 할 수 없이 고급기를 원한다면 고급기 금액을 지불해야하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기술입니다. 다만 중급기를 가지고 계신분이나, 다채널을 가지고 계신 분이라면 그 대안으로 약간 효과를 볼 수 있는 방법은 있습니다. 고음의 확산성으로 순한 음을 약간 열정적인 음으로 느낄 수 있는 방법은 프리앰프에 Treble 에너지를 4데시벨 정도 높여보는 방법과 프리앰프에 트러블 조정 기능이 없다면 그냥 앰프 볼륨을 약간 높여서 들으면 고역의 직진성 있는 맛을 조금 느끼실 수 있습니다. 이 방법은 가장 무난합니다. 그리고 매우 특별한 경우이지만 메이커에 따라 예전의 고급 스피커에는 ‘Treble roll off'라는 기능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해석해 보면 ‘고음 직진성 제거’라는 기능입니다. 제거의 정도를 단계별로 만들어 놓았는데 그 성능이 매우 좋습니다. 전체 음이 직진성으로 일원화된 앰프(=사운드가 열정적인 앰프)를 물리셔서 Treble roll off 기능을 활용하면 직진성과 확산성의 다변화를 얻지는 못해도 이원화된 상태에서 순한 음의 맛에 약간의 손실을 감안하고 직진성을 약간만 선택되도록 설정하면 고음의 열정을 약간 얻어 낼 수 있습니다. 현대 음악에서 거칠고 짜릿한 고음이 가끔씩 등장하는데 순한 고음을 듣고 있던 중에 이런 사운드가 나오면 오디오 파일 중에 감탄을 하지 않을 분들은 안 계실 거라고 생각되는군요. 저음은 불륨이 적어지면 음이 여려지는 효과가 고역보다 좋습니다. 그래서 저역에서의 여린 음 표현은 확산성과 직진성으로 이원화된 상태에서 들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제가 오래 동안 오디오로 음악을 들어오면서 여러 기기들과 잦은 매칭에서 얻어 본 결론이었습니다. 여러분에게 이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계속된 오디오 생활에서 이 기준이 변한다면 그 때 다시 올리겠습니다. 그러나 제 기준이 절대적이기를 희망합니다.


2012년 2월 19일 송 인 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