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사이에 머리를 식힐 겸, 음악을 들으며 책 몇 권을 읽었습니다.
강렬하게 나를 감동시킨 한 권의 책이 있어 소개를 합니다.
밑줄 그은 부분들을 워드로 옮기고 있는데
초반 부분 작업한 부분을 나누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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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아이들을 남겨두고"
글쓴이 : 나가이 다카시
펴낸 곳 : 베텔스만
지은이 : 1908년에 마쓰에 시에서 태어나 의과대학을 다녔고 졸업 후 나가사키 의대 물리치료학과 조수로 근무하면서 연구했다. 1933년 단기 군의관으로 만주사변에 종군했는데, 이때 위문 배낭에 들어있던 천주교 교리를 읽고 우라카미 성당에서 세례를 받았다.
1944년 의학박사 학위를 취득하였고 1946년 히로시마 원폭 이후 병상에 눕게 되었다. 1949년 나가사키 시 명예시민 칭호를 수여받았고 1951년 5월에 세상을 떠났다. 이 책은 그의 삶과 영혼이 담긴 희망의 기록이다.
책소개
절망만 남은 세상에서 아이들에게 희망을 심어주려는 아버지의 간절한 마음이 담겨 있다. 아내를 저 세상으로 먼저 보낸 후 자신도 병에 걸려 언제 죽을 지 모른는 채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지만 나중에 홀로 남게 될 아이들을 위해 삶의 지혜와 용기를 따뜻하고 나직한 목소리로 들려 주고 있다.
슬픔과 고통으로 몸을 추스리기도 힘들지만 결코 세상을 부정하거나 원망하지 않고 오히려 살아 있음에 감사하고 더 많은 사랑을 나누고자 하는 아버지의 모습은 몸과 마음에 상처를 입은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가슴 뭉클한 감동과 위로를 안겨줄 것이다.
<이 아이들을 남겨두고>
이 아이들을 남겨두고.....결국 나는 이 세상을 떠나야만 하는가!
고목도 쓰러지기 전까지는 줄기에 뚫린 구멍에 어린 새를 머물게 하여 비바람을 피하게 한다고 하지 않던가. 점점 악화되는 병 때문에 몸 하나 제대로 가누지 못한 채 누워만 있는 이런 아비라도 그저 숨이라도 쉬고 있으면 어린 자식에게는 커다란 나무 그늘이 될 것이다. - 10쪽
함부르크에는 방사선에 노출되어 원자병으로 목숨을 잃은 세계 백 여 명의 학자들을 추모하는 기념비가 있다. 거기에는 진리탐구를 위해 몸바친 순교자로서 그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그러나 나는 명예보다 목숨이 더 아까운 보통의 인간이기 때문에 아무튼 죽고 싶지 않았다. 원자병 환자로 일찍 목숨을 잃어 그 학자들 사이에 끼기보다는 하루라도 오래 살아서 내가 좋아하는 연구를 조금이라도 많이 하고 싶었고, 또 가정적으로는 손자를 보아 내 자손의 몸에 이상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좋은 할아버지로 남은 생을 여유있게 보내고 싶었다. - 12쪽
피할 수 없는 것이라면 부딪치는 수밖에 없었다. 나는 전심전력을 다해서 일했다. 그날그날의 일을 어떻게든 처리했다. - 15쪽
<사랑의 섭리>
원래 나는 무에서 신의 사랑에 의해 창조되었다. ... 건강, 재능, 지위, 재산, 가족 등 모두 본래 나의 소유가 아니었다. 따라서 신이 언제 어디서 이것들을 거두어 간다고 해도 내가 손해를 보는 것이 아니고, 또 이득을 보는 것도 없다. 달리 한탄하고 슬퍼할 필요가 없다. 신의 섭리에 맡기는 것이 당연하다. 그리고 신의 섭리를 영원히 감사하고 찬미해야 한다. 왜냐면 신은 사랑하는 하나의 인간을 창조했고, 그것이 바로 나이기 때문이다.
신은 나를 사랑하고 나를 창조했다. 사랑하기 때문에 내게 주었던 것처럼 사랑하기 때문에 거두어간다. 내게 일어나는 모든 일은 신의 사랑의 섭리에 따를 것이다. 따라서 나는 어떠한 경우를 당해도 신의 이름을 찬미해야만 한다. - 28쪽
원자폭탄이 터졌을 때 이곳 우라카미의 가톨릭 신자 1만 명 가운데 8천 명이 사망했다. - 29쪽
머지않아 나를 찾아올 '죽음' 역시 한없는 사랑이신 신이 내게 내리는 최대의 사랑의 선물이리라. 그러므로 죽음 전에 겪어야 하는 마음의 고뇌도 몸의 고통도 신의 영광을 위해 필요한 것으로 기꺼이 받아들일 것이다.
죽음이란 영혼이 육신을 떠나는 것이다. 매미가 허물을 지면에 두고 밝은 하늘로 날아오르는 것처럼, 땅 속에 사는 유충은 햇빛이 가득한 대지를 알지 못하기 때문에 허물을 보고 슬퍼하고 한탄하고 두려워하겠지만 하늘을 향해 날아오르는 매미는 소리 높여 노래한다. - 30쪽
<순수한 추억>
부부라는 관계는 한쪽의 죽음에 의해 끊어진다. 차례로 남편을 먼저 보내 결국 7명의 남편과 사별한 뒤에 죽은 여자는 부활했을 때 대체 누구의 아내가 되는가라는 사두개파의 한 사람이 물었을 때 예수는 "이 세상 사람들은 장가도 들고 시집도 가지만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 저 세상에서 살 자격을 얻은 사람들은 장가드는 일도 없고, 시집가는 일도 없다"고 말했다. - 33쪽
아름다운 추억을 남겨주고 싶다. 깨끗한 추억을 남겨주고 싶다. 유쾌한 추억을 남겨주고 싶다. 한 명의 아빠와 한 명의 엄마 - 이 순수한 부모의 추억을 (재혼의 요청에 거절하면서) - 34쪽
<도망치는 아이들>
아아, '수용'이란 말의 몰인정함이여. - 36쪽
고아가 늘 가슴에 품고 있는 것은 부모의 모습일 것이다. 고아가 가장 굶주려 있는 것은 부모의 사랑일 것이다. - 39쪽
내가 가야노에게 쏟는 아버지의 사랑은 나와 가야노와의 사이에서만 존재하는 독특한 사랑으로, 절대적이며 유일한 것이다.
내가 어머니의 태내에 머물렀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어머니와 나는 이미 움직일 수 없고 옮길 수 없는, 오직 한 줄로 이어진 관계라는 것이 증명된다. - 40쪽
아버지의 체질과 기질이 내게 그대로 전해져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아버지와 나는 사람의 힘으로는 한치도 움직일 수 없을 만큼 강한 인연으로 이어져 있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 41쪽
나도 머지 않아 이 아이들을 남기고 떠나야 한다. 그것을 생각하면 심장을 도려내는 듯이 고통스럽다.
'아버지'란 어느 누구에게도 그 지위를 양보할 수 없는 존엄한 하나의 권위이다. 이 권위는 신으로부터 그 남자에게 주어진 것이다.
'어머니'란 어느 누구도 대행할 수 없는 절대 유일의 사랑이다. 이 사랑은 신으로부터 그 여자에게 주어진 것이다.
고아원 직원은 이 하늘로부터 받은 부모의 권위와 사랑을 인정했으면 한다. 이 권위와 사랑을 갖지 못한 타인이, 그것도 부모의 위임도 없이, 멋대로 아버지가 되고 어머니가 된다는 것은 허위가 아닐까? - 42쪽
지금 대개의 고아원에서는 하늘이 부여한 부모의 사랑을 인공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고 경솔하게 생각하고, 멋대로 아버지가 되고 어머니가 되고 형이 되고 누나가 되려 하고 있다. 고아에게 억지로 '아버지' '어머니'라 부르게 하여 '부모의 자리'를 횡령하려 하고 있다.
병에 걸린 아이를 간호사에게 맡긴 채, 밤에는 원장실에서 실컷 잠을 자며 무슨 '아버지'란 말인가.
그것은 신성한 '부모'를 침해하는 행동이다. 절대적인 '아버지의 사랑' '어머니의 사랑'을 더럽히는 것이다. 그리고 결국 아이들에게 거짓 본보기를 보이게 되는 것이다. - 44쪽
내가 죽은 후 세이치와 가야노는 누군가의 보살핌을 받게 될 것이다..... "누구든 이 아이 앞에 아버지, 어머니라는 이름으로 서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 4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