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기간에 어울리는 곡
장마기간이라서 밖에 나가 놀지 못하고, 어떤 음악을 들어볼까 생각중입니다. 폭풍우가 어제도 몰아쳤고 지금도 계속되는 중이라서 베토벤 교향곡 6번 ‘전원’이 제격일 것이라는 생각에 아래 사진의 음반을 듣기로 했습니다.
들어보니 참 좋군요. 옛날 시절 생각도 나고요. 추억이 배여 있는 음반 중에 하나이지요. 대학시절부터 LP로 들었던 음반입니다.(지금은 SACD로 업글되어서 더욱 좋습니다.) 대학 시절, 미술 동아리에서 여름방학 때 수련회를 가면 의례히 만나는 것이 장마였습니다. 모닥불을 피워 놓고 젖은 옷을 입은 채로 둘러 앉아 기타 소리에 맞추어 노래를 부르던 기억 속의 소중한 영상. “조개 껍질 묶어 그녀에 목에 걸고 물가에 마주 앉아 밤새 속삭이네. 저 멀리 달그림자.........”
그러나, 오래 전부터 회원들 모두가 손꼽아 기다려왔던 이 즐거운 시간을 훼방꾼 폭풍우가 나타나서 순식간에 회원들을 텐트 속으로 몰아넣었습니다. 텐트 속에서 모닥불이 꺼져가는 것을 지켜보고 있는데, 갑자기 불어난 계곡물이 거대한 폭포수를 토해내는 듯한 굉음과 함께 세찬 물보라로 계곡을 휩쓸어버렸습니다. 너무 너무 놀라서 텐트는 그냥 놓아두고 배낭만 챙겨서 황급히 인근 초등학교 교실로 대피했던 일이 있었지요. 이렇게 혼비백산 서두르면서도 어두운 밤길에 여학생들이 다치지나 아니할까 노심초사 그녀들의 발걸음 하나하나를 걱정하면서 조심조심 학교 운동장으로 탈 없이 들어섰던 기억이 납니다. 젊은 날의 추억은 아름답기만 해요. 힘들었던 일도, 괴로웠던 일도.....사랑하는 그녀가 옆에 있던 시간은 아름답기만 해요.
베토벤 교향곡 6번 ‘전원’, 특히 4악장과 5악장은 폭풍우가 쏟아지는 느낌을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저는 여기서 “젊은 날의 추억은 아름답기만 해요.” 라고 노래를 부른 박인희 가수의 노래를 떠올리면서 늘 함께 하고 싶었던 어느 여학생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제 마누라에겐 비밀입니당. 그렇지 아니해도 은퇴 후에 밥 얻어먹기가 쉽지 않아요.) 장마 기간 중에 폭우와 폭풍우를 그린 이곡을 들으면서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몹시 궁금한 그 여학생의 모습을 그려봅니다. 고맙다 베토벤 전원.
2013. 7. 4. 송인관
참고로, 베토벤 교향곡은 저음에 상당한 매력이 있어서 서브우퍼를 갖고 계신 분은 서브우퍼 음량이 과도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밸런스를 잘 맞추어 감상하시면 이 음반이 전달하고자 하는 느낌을 얻으시리라 생각됩니다. 대형기기를 갖고 계신 분은 서브우퍼 걱정을 아니 하셔도 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