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사진은 제가 가지고 있는 비발디 사계 음반으로 이것 저것 섞어서 가끔 씩 듣습니다. 좋아하는 음반 두 개를 집으라고 하시면 정경화와 이무지치 음반입니다. 객관적 평가에서 가장 인정 받는 음반은 이무지치 음반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최근 정경화 음반이 초기 발매가격 12600원에서 17000원대로 솟아 오른 것으로 보아, 그 인기도 괜찮은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저러나, 저는 정경화 연주가 가장 마음에 듧니다. 이무지치 음반은 음이 풍성하고 템포가 평온한 속도이며 곡 느낌 또한 대체로 평온한 분위기입니다. 그러나 정경화 연주는 속도감이 있고, 곡 분위기에 따라서 느리기도 하거나 빠르기도 하여 곡 전체로 보면 변화가 큽니다. 따라서 서정적 감각이 다양하게 느껴지고 지루한 느낌이 없습니다. 연주 또한 시원하고 박진감 있고요. 최근의 녹음반이라서 녹음 상태도 양호합니다. 좀 다른 표현을 쓴다면 이무지치 연주는 예의 바른 고전적주의 화가 스타일이라면, 정경화 연주는 색상이 화려한 후기 인상파 화가 같은 스타일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현대적인 연주라면 파비요 비욘디를 빼놓을 수 없겠지요.)

정경화씨는 이젠 나이가 들어서 바이얼린 연주를 예전처럼 하기 어렵답니다. 손가락 마디에 퇴행성 관절염이 와서 이제는 연주 활동을 접고, 당신의 모교인 줄리어드 음악 학교에서 교수로 활동하고 있답니다. 아마 이 비발디 사계가 그녀의 마지막 연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음반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그녀의 시디를 4개씩이나 샀습니다.

장영주 음반의 템포는 빠르나 서정적 감성의 변화는 - 이신일님이 감상기에서 표현하신 것처럼 - 정경화 연주에 못 미칩니다. 이 부분이 좀 아쉽습니다. 장영주라는 연주자의 성격을 생각해 보면,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타오르는 열정의 소유자가 아니고 부드럽고 묵직한 그녀의 성격을 이해한다면 말입니다. 어쨋든 정경화라는 선배 언니에 가려서 드러나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수준 높은 연주인 것만은 확실합니다. 그녀의 바이얼린 소리도 다소곳이 무척 예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