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기기를 갖기 위한 주인의 준비

심심한 저녁입니다. 오늘은 자극과 반응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면서 그에 따른 좋은 기기 선택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말씀 드리려고요. 우리 나라 사람들이 먹고 사는데에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 바빠서 그런지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사는가 봅니다. 그 이유 중 하나가 음식의 맛이 맵고 짜다는 거죠. 한국 음식 하면 맵고 짠 강한 자극이 무엇보다 먼저 떠오를 겁니다. 제가 걱정하는 부분은 이 강한 자극을 선호하다 보면 부드럽고 약한 자극의 맛을 무시하거나 못 느끼는 불행을 자초한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콩나물 국이 식탁에 올라 왔습니다. 맛을 보니 짠맛이 적당한 국물이었습니다. 그런데 좀 맵게 먹고 싶어서 고춧가루를 뿌리고 나서 맛을 보면 약간 싱겁게 느껴집니다. 음식을 만들면서 이런 경험을 하신 여자 분들은 많으실 것으로 믿습니다. 아직 경험을 못하신 분은 국물이 식탁에 올라오면 이 실험을 해보시기 바랍니다. 분명히 느끼실 겁니다. 즉 강한 자극이 오면 그 보다 약한 자극은 느끼기 어렵다는 제 주장입니다. 그런데 이런 주장을 수학적으로 해설을 한 학자가 있어서 베버-페히너의 법칙(Weber-Fechner's Law) 이론을 잠깐 소개할까 합니다.

베버-페히너는 “감각의 세기 S는 감각이 일어나게 한 자극의 물리적인 양 I의 로그에 비례한다. 즉 S = klogI , (k는 상수)”........ 무슨 뜻인지 어렵죠. 쉽게 설명해볼까요. 베버-페히너는 우리 인간이 느끼는 감각의 차이는 두 자극의 물리적인 양의 차이에서 느끼는 것이 아니라 그 비율에 의해서 결정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이야기도 어렵죠. 더 쉽게 이야기 해볼까요. 예를 들어, 30g과 31g의 두 물체를 손으로 들어서 어느 물체가 더 무거운가 알아내는 실험에서 우리 인간은 1g 차이가 더 무거운 물체를 잘 골라낸답니다. 그러나 2000g 과 2001g 물체를 가지고 1g의 무게가 더 무거운 물체를 골라내는 실험에서 우리 인간은 이를 구분을 하지 못한답니다. (한 번 실험해 보세요. 2000g의 아령을 갖고 계시다면......) 즉 전자는 1/30의 비율이고 후자는 1/2000의 비율입니다. 앞의 무게가 가볍기는 하지만 비율의 차가 커서 우리 인간은 이를 구분한다는 거죠. 좀 이해 되시죠. 즉 강한 자극은 약한 자극을 못 느끼게 한다는 이론입니다.

자, 저는 여기서 소리에 대한 자극의 제 주장을 이야기 해보려고요. 우리가 강한 음을 좋아한다면 여린음을 자신도 모르게 무시하거나 느낌을 가질 수 없는 불안정한 상황으로 빠진다는 겁니다. 음악의 악보를 보면 강한 음을 요구하는 악보는 전체 악보에서 그리 많지 않고 보통 여리지도 강하지도 않은 음들이 대부분이죠. 그러면서 음의 분위기에 따라 음의 강약이 조절되곤 합니다. 그러나 보통 우리가 오디오 기기를 선택할 때, 일반적으로 강한 음을 자신도 모르게 선호하게 되는 경향이 농후한 것 같습니다. 뭔가를 들으려는 의지가 있다보니 자연히 순한음을 그냥 지나쳐버려서 음악이라는 전체적인 화음과 그 음악의 성격을 외면해버리는 실수를 저지르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베버-페히너의 법칙처럼 약한 자극의 음의 아름다움을 못 느끼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봅니다.

그래서 여러분이 오디오 기기를 고를 때 ‘예쁜 소리’ ‘아름다운 소리’를 먼저 염두에 두시는 것보다, 얼마나 악보에 충실한 음을 표현해 주고 있는가를 먼저 파악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 이야기가 너무 어렵다면 쉽게 말씀 드려서 “부드럽게 소리를 내어주는 기기를 선택함이 먼저”라고 판단합니다. 왜냐하면 악보에 있는 음들은 대부분 부드러운 음들입니다. 그러면 그 안에는 예쁜 음, 우아한 음, 강한 음, 여린 음이 들어 있게 마련입니다.

너무 어려운 이야기만 했죠? 그러면 좀 더 쉽게 좋은 기기는 어떤 기기인가를 알려드릴까요.

1) “음악을 듣다보면 고음이 거슬려서 음악 듣기를 중단한다.” 이 기기는 음악성 보다는 자극성에 호소하려는 기기입니다. 초보자가 흔히 오디오 선택에서 저지르는 실수입니다.

2) “저음이 잡음처럼 들려서 음악을 장시간 들을 수 없다.” 이 기기도 좋은 기기가 아닙니다. 초보자가 저음을 선호하다 보면 저지를 수 있는 선택입니다.

3) “어떤 시디를 커내어 들었어도 한 장을 듣고 끝낸 일이 없다.” 이런 기기는 음악의 설득력이 없는 기기입니다.

4) “음악을 들을 때 집중하려고 애쓰지 않으면 자꾸 다른 생각이 나거나 다른 일을 하면서 듣는다.” 이런 기기도 설득력이 없는 기기입니다.

5) “음악을 듣기만 하면 잠을 잔다.” 이는 기기 뿐만 아니라 청취자의 건강 상태가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컨디션이 아닙니다. 피곤해서 졸릴 정도면 우리의 오감은 모두 정보 인풋스톱 상태로 갑니다.

6) “어떤 장르에서 혹은 특정 악기에서 좋다고 느껴진다.” 이는 좀 괜찮은 기기입니다.

7) “흔히 명반이라고 알려진 음반을 듣다보면 음악 속에 자연히 몰입되어 시디가 다 돌아가고 난 뒤에도 한 번 더 듣게 되거나 좋았던 부분이 기억나서 그 부분을 다시 듣게 한다.” 이런 기기는 정말 좋은 기기입니다.

8) “시디를 다 듣고 난 후, 다음에 다시 듣고 싶어서 시디를 한 옆에 따로 두게 되는 일이 잦다.” 이러면 이기기도 매우 좋은 기기입니다.

9) 좋은 기기인데도 날씨 기압에 따라 소리가 좀 답답하게 느껴져서 코를 막고 고막을 부풀리는 청취자는 고수입니다. 좋은 기기가 좋은 주인을 만난 겁니다.

10) “저출력의 소형 기기임에도 그 기기만이 들려주는 아름다운 소리 때문에 방출을 하지 못한다.” 이런 분은 진정한 오디오 매니아이십니다. 따라서 기기가 주인 때문에 좋은 기기가 됩니다.

11) “하루 중 전력 피크 타임을 피해서 음악을 듣는다.” 최고의 기기에 최고수의 매니아이십니다.

여러분은 몇 번에 해당 되세여?

2012년 3월 10일 송 인 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