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 클라리넷 협주곡과 플륫 협주곡

복사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가 만개하는 봄철에 어울리는 곡은 무엇일까 하고 자문한다면 긴 생각 없이 모차르트의 곡이 담긴 이 두 음반을 떠올립니다. 우리나라 가곡 작곡가들은 봄에 대한 소재를 너무도 많이 활용하는데 서양은 이상하게도 곡이 몇 개 되지 않습니다. (서양 가곡에는 봄이 많이 있나요?) 여기 추천하고자 하는 곡은 봄이라는 제목이 붙은 것은 아니지만 클라리넷과 플륫의 화려한 음색이 봄의 분위기와 잘 어울려서 추천합니다.

클라리넷 협주곡을 이야기 하려면 모차르트 말년의 비운을 이야기 하지 않을 수 없군요.

“천재는 일찍 죽는다.”는 속설이 모차르트와 함께 회자되지만 모차르트의 비운은 그의 천재성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의 생활 습관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봅니다. 그는 당구 놀음을 좋아했고 그의 아내는 사치벽이 심해서 늘 가난에 허덕였으며, 태어나는 자식들은 병약하여 일찍 죽었습니다. 아내 또한 병약하여 가계에 늘 부담이 되었죠. 더구나 그를 지원하는 주교(?)와 갈등이 생기면서 일자리를 잃고 거리를 방황하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이를 불쌍히 여긴 시타틀러는 모차르트를 돕고자 나섭니다. 당대에 시타틀러는 클라리넷 연주의 최고봉이었으므로 모차르트는 그의 고마움을 작곡으로 보답하게 되었고 그 곡이 바로 클라리넷협주곡이었죠. 그러나 시타틀러의 도움에도 불구하고 쇄약해진 모차르트는 그가 무슨 병에 걸렸는지 모른 채 죽었습니다. 당시에 의학이라는 것이 지금에 비해 보잘 것 없었기에 그의 사인에 대해서 여러 속설이 있습니다만 기생충에 감염된 돼지고기를 설익은 채로 먹어서 죽었을 가능성을 가장 유력하게 보고 있습니다.(여러분 돼지고기 반드시 익혀서 드세용.)

이 곡이 우리나라에서 유명해지게 된 사건은 ‘아웃 오브 아프리카’라는 영화 때문입니다. 이 곡을 배경음악으로 사용하여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아마 나이든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이 곡을 듣는다면 자신의 아름다운 젊은 날 추억을 떠올리겠죠. 저 또한 예외가 아닙니다. 저에게 주는 추억은 각별합니다. 오디오를 사면서 몇 장 서비스로 받은 음반이 바로 이 곡이었습니다. 총각시절 대전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서울로 올라가 세운상가나 조선호텔 뒤 오디오 전자 상가를 돌아다니며 오디오에 매료된 황홀경으로 방황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특히 봄에 자주 올라갔었군요. 그 시절 참 행복했습니다. 오디오를 끙끙 거리며 고속버스 짐칸에 넣고 집으로 내달리는 고속버스에 앉아 있노라면 세상의 모든 행복이 제 것처럼 느껴졌죠. 이 곡을 듣고 있노라면 옛 시절로 돌아가 참으로 행복해집니다. 이 행복함 때문에 결국 이 글을 쓰게 되는군요. ㅋㅋㅋ

1악장은 클라리넷의 풍부한 음과 현란한 기교가 돋보입니다.

2악장은 노을진 석양에 이 배경음악이 잘 어울리듯이 모차르트 말년의 완숙미가 느껴지는 부분이죠.

3악장은 화려함과 당당한 자신감을 내보이고 있습니다.

클래식에 입문하시는 분이시라면 이 곡을 꼭 들어보세요. 특히 뭔가가 좋은 추억을 남길 만한 일이 있다면 그 시기에 맞추어 이 곡을 꼭 들어 보시기 바랍니다. 그 좋은 일은 이 곡과 더불어 추억을 평생토록 담아낼 것입니다.

참고로 이 곡은 너무도 유명해서 여러 연주자들이 좋은 연주를 음반에 많이 담아냈습니다. 제가 소개한 이 음반이 원조 격이죠.

2013. 05. 06. 송인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