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훈의 말러

40세 후반에 들어서면서 말러의 곡이 마음에 들어오기 시작하더군요. 그래서 말러 제자 브르노 발터 지휘부터 여러 지휘자들의 연주를 들어봤습니다. 마음에 드는 지휘자라면 레너드번스타인, 마이클 틸슨 토머스, 힐버트 카라얀 정도로 정리되는군요. 도이체 그라모폰에서 제작 발매된 정명훈 지휘 서울시향 연주반을 주문하면서 대단히 궁금했죠. 어느 정도 연주 수준일까 하고요. 감상하면서 줄곧 좋았습니다. 연주자들의 하모니도 매우 좋아서 전체적인 음색도 맑고 밝았으며, 흠 잡을 곳 하나 없이 말러의 우울한 심리적인 묘사까지 잘 그려내고 있더군요. 그러면서 한국인의 열정이 나타나는 개성을 발하는 연주였습니다. 정명훈과 도이체 그라모폰사는 세계 최고의 음악적 자존심을 확인케 해주는군요.

말러는 1번 교향곡에 ‘거인’이라는 표제를 붙였지만 그가 작곡한 교향곡 중에서 완성도가 그리 높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2번 교향곡이 발표되면서 그는 작품성을 인정받기 시작하지요. 그래서 정명훈 지휘 두 개의 음반 중에서도 2번 교향곡이 여러분이 감상하기에 좋을 듯 합니다.

말러의 형제자매들이 일찍 세상을 하직하고, 부모님마저 저 세상으로 보낸 말러는 심한 우울증에 빠집니다. 그러면서 아내와 원치 않던 이혼까지 겪으면서 삶에 대한 강한 회의를 갖게 되지요. 따라서 그의 곡은 밝은 부분이 거의 없고 사색적이며 회의적입니다. 그러면서 운명에 대한 강한 반항심과 어찌할 수 없는 무기력감의 대비가 느껴지는 사려 깊은 강한 느낌의 곡이죠. 그래서 저는 말러의 곡을 좋아합니다. 각박하고 치열한 경쟁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이 곡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될 것 같습니다.

특히 한국인에 의한 지휘와 연주로 그 어렵다는 말러의 연주를 심도 있게 그려내는 ‘한류’ 저력에 매우 놀랐습니다. 두 교향곡의 연주가 너무 좋아서 정명훈 지휘자가 서울시향과 함께 말러의 마지막 교향곡까지 완주해 주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이것은 어느 지휘자에게나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어려운 과제죠. (그래서 이를 지원할 수 있는 든든한 후원자가 나타나길 빕니다.)

음반감상기에 이 글을 올리는 것이 당연한 일이지만 오늘은 여기에 올리고 싶군요. 대신 해당 음반에 링크를 걸어 드리겠습니다.

2012. 12. 2. 송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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