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장은 인간사회의 축소판이다.

몇몇 사회비평가들은 교항악단을 자본주의 압제의 축소판이라고 평하기도 한다. 엄격한 계급사회이기 때문이다. 지배하는 귀족으로서의 지휘자는 유순한 연주자들을 이끌고, 연주자들은 또 유순한 청중을 이끈다. 관현악단 전체가 등급별로 분류되어 있다. 특히 맨 앞에 위치하는 현악부는 그 등급이 더욱 두드러지게 청중들에게 나타난다. 검정색 턱시도에서부터 박수를 쳐야 할 시간까지 모든 것이 정형화되어 있다. 분업화와 전문화가 판치는 곳이다. 음악은 작곡가에 의해 작곡되고 연주자들에 의해 연주될 뿐, 대다수를 차지하는 청중은 생산에 참여하지 못한다. 그들은 다만 자신들에게 주어지는 것을 소비할 뿐이다. 그러니까 관현악단은 음악 공장인 셈이다. 이는 하루 종일 남들을 관리하느라 시간을 보내고 쉬러 온 부유한 청중들이 특히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비유일 것이다.

반대로 록음악 공연장은 파리혁명을 연상시킨다. 공연의 모든 면이 체제에 대한 반란을 의미한다. 연주를 하는 사람들은 자기들끼리, 그리고 청중과 함께 엄격한 평등주의 아래 서로 호흡을 맞추며 공연을 이끌어간다. 그들은 지금 하는 공연이 가장 즐거운 사회계약이고 청중들과는 서로 동지라며 웃고 유쾌하게 대화한다.

록음악은 지식층에 대해 매우 적대적이다. 록음악 공연을 하며 악보를 본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다. 록음악을 하는 사람들에게 있어 악보를 볼 줄 모른다는 것은 일종의 자랑거리이기도 하다. 연주는 마치 즉흥적이어야 하는 것처럼 충동적으로 행해진다. 리허설 같은 것은 없어 보이고 록음악의 거장이라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것이지 훈련을 통해 탄생하는 것 같지 않다. 이런 반항의식을 볼 때 록음악이 역사적으로 주로 젊은이들에 의해, 젊은이들을 위해 가장 먼저 작곡되고 연주된 최초의 장르라는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록음악은 젊은이들의 관심사를 가장 잘 대변해주고 있으며 록음악을 연주하려면 나이가 먹더라도 젊은이들처럼 꾸미고 다녀야 한다. 그룹 ‘더 후(The Who)'는 “늙기 전에 죽었으면 좋겠어”라고 노래한다.

위의 두 모습은 전혀 상호보완적이지 못하다. 이는 음악의 사회적 상징성이 얼마나 극단적으로 다를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다행히 사람들은 음악이 보여주는 상징성에 따라 음악을 선택하지는 않는다.

사람들은 또한 어떤 장르의 음악이 자신의 삶에 있어 특정한 기능을 담당하기 때문에 그 음악을 듣기도 한다. 누구는 레게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는 것을 즐기기 때문에 레게음악을 좋아한다. 누구는 남과는 다른 특별함을 느끼기 위해 오페라에 빠져든다. 누구는 계획 없이 행하는 즉흥적인 연주가 너무 좋아 재즈클럽에 간다. 누구는 극을 좋아해서 뮤지컬을 보러 간다. 사람들을 끄는 요인은 이 외에도 무수히 많다.

‘음악은 왜 우리를 사로잡는가’(415-41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