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적 취향
근래 몇 년 동안 상점 주인들은 가게 앞쪽에 클래식음악을 틀어놓으면 마약 상인들이 그곳을 떠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대형 쇼핑몰들은 모차르트의 음악을 틀어 괜히 어슬렁대는 십대 청소년들을 쫓아낸다. 그리고 하드록음악을 틀어놓으면 쥐들이 사라진다고 한다(미군은 파나마의 독재자 노리에가 장군을 은둔처로부터 끌어내기 위해 헤비메탈을 틀어댔다). 음악적 취향은 정말 이해하기 힘든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음악을 가리지 않고 다 좋아한다고 말한다(정말 그럴까? 티베트 전통 종교음악이나 바르토크의 사중주를 들어도 그런 말을 할까?). 어떤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의 음악을 좋아하면서도 특별히 싫어하는 장르가 있다. 또 어떤 이들은 별로 좋아하는 음악은 없지만 일부 장르에 대해서는 대단한 애착을 보이기도 한다. 재즈에 미쳐 있는 사람들은 컨트리음악을 듣는 사람들을 깔본다. 같은 록음악을 하는 사람들이라도 그 록음악을 추구하는 방식이 좀 다르면 서로 업신여긴다. 그리고 클래식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을 우습게 본다.
음악적 취향이란 무엇일까? 그리고 왜 어떤 사람들은 그렇게도 열광적으로 자신들의 음악을 좋아하는 것일까? 취향이란 말에 이미 이에 대한 답이 들어 있다. 예를 들어 누구는 망고를 좋아하고 누구는 파파야를 좋아한다고 하자. 그 두 과일 모두 맛과 영양이 풍부하기 때문에 과일에 대한 취향이 서로 다른 것은 그야말로 자기만의 입맛 때문이다. 하지만 음악에 대한 취향의 경우 설명하기가 좀 복잡하다. 우리가 음악을 듣는 이유가 너무도 많기 때문이다. 음악이 소리의 패턴만 가지고 우리의 두뇌에 작용한다거나, 심리음향학이나 지각심리학의 이론들만을 가지고 음악에 대한 선호도를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그리고 선율이나 화음, 리듬이나 형식 등에 대한 성향만 가지고는 그 음악적 취향의 거대한 다양성에 대해 설명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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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음악을 무엇보다도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사용한다. 심리학자들은 인류가 각자의 개성에 따라 서로 다른 종류의 흥분제-불법인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지만-에 끌린다는 사실을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다. 음악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중추신경계를 어떤 상황에 맞도록 조절하기 위해 특정한 음악을 사용한다. 하드록은 정신을 흐리게 하는 코카인과 같고, 듣기에 편안한 음악들은 마티니와 같고, 매장에서 틀어주는 음악은 한 잔의 커피와 같고, 쿨 재즈는 느긋하게 피워대는 마리화나와 같고, 클래식음악은 환각을 일으키는 LSD와 같다. (412-414쪽)
‘음악은 왜 우리를 사로잡는가’에서 (로베르 주르뎅 지음 / 채현경-최재천 옮김 / 궁리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