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토고전 열리던 날.

집으로 가는 길, 차 안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한 통닭 집 주인이 메시지를 보내

자기들은 밀린 주문 때문에 축구를 볼 수 없다며, 축구가 이겨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러자 사회를 보는 분들이 경기 시간에는 통닭 주문을 자제해 달라며

함께 응원하면 좋겠다는 얘기를 했다.

집에 와서 얼른? 가정예배를 드리고 자리를 잡고 앉으니

경기 시작 15분 전.

누군가가 쏜다며 통닭을 시키자고 했다.

잘 아는? 통닭집에 전화를 거니 30분 정도는 기다려야 된다고 해서

그 정도야, 뭐..오늘 같은 날에 하면서...

또 축구도 보지 못하고 배달을 해야 하는 통닭집을 안쓰러워 하며

그래도 오늘 같은 날 대박이니 많이 팔아야 하지 않겠냐며

또 오늘 같은 날에는 하루에 몇 마리의 닭을 팔까도 궁금해지고

아무래도 4강까지 가면 통닭집은 가장 큰 수혜를 보는 가게가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들면서

그렇게 경기를 관전하기 시작했다.

1대 0으로 뒤진 채 전반전이 끝났지만 통닭은 오지 않았다.

후반전에는 먹으면서 볼 수 있겠지.

그러나 우리가 2대 1로 역전하고 나서도 현관문을 울리는 벨 소리는 들리지 않았고

이제는 통닭이 와도 먹을 수 없을 것 같은 시간이 되고 말았다.

(자야 하는데...ㅠ.ㅠ)

그러다 우리 가족은 서로 취소 전화를 하라며 미루기 시작했고

결국 용감한 우리 옆지기가 취소 전화를 했다.

그러자 얼마 있지 않아 경기는 끝이 났다.

축구가 너무 재미있어서 프랑스-스위스도 보고 잘까 했지만

끝내 잠을 이기지 못했다.

잠은 생각보다 일찍 찾아왔고

통닭은 생각과 달리 아예 오지 않았다.

그래도 난 통닭집을 이해한다.

우리처럼 취소한 집이 많을지라도

아니, 어쩌면 준비해 온 닭이 다 떨어졌을 수도 있고

아니면 주방시설이 부족해 많은 닭을 처리할 능력이 안 되었을 수도 있고

아니면, 통닭집 주인도 축구 보느라 닭 튀기는 걸 잊어버렸을 수도 있고

그렇지만

어쨌든 축구를 이겨서 기분이 좋다.

설령 통닭이 오지 않는다 하여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