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렬한 터치와 개성 넘치는 악센트, 그리고 풍부한 대비를 통해 신선함을 전하는 이탈리아 신세대 피아니스트 크리스티안 레오타의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3번째 음반이다. <템페스트> 3악장의 유려한 음색과 극적 반전은 전체를 통틀어 가장 지울수 없는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다. 빠른악장의 민첩함은 9번등 초기 소나타의 낭낭함을 극대화시키고, 31번 등 후기 소나타의 로맨틱함을 더욱 환상적으로 그려낸다. 그에 대한 각종 언론의 온갖 찬사를 이음반을 통해 꼭 확인해 보아야 한다.
이탈리아 출신의 크리스티안 레오타는 콘서트를 통해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32곡의 사이클을 완주한 경험이 있다. 레오타는 상대적으로 느린 템포, 성마른 터치, 꼼꼼한 프레이징으로 그간 익숙했던 베토벤 연주의 관습을 깨뜨린다. 질주하거나 분노하는 베토벤이 아닌, 모든 음을 또렷이 발음하며 일장연설을 펼쳐놓는 베토벤으로 바꾸어 놓는다. 느린 템포는 아티큘레이션의 갖가지 표정을 모두 포착하고 있고, 페달을 적게 사용한 성마른 터치는 거친 타격감과 냉정한 감정을 이끌어내 베토벤의 텍스트를 객관적으로 분석하는 데 봉사한다.
그의 꼼꼼한 프레이징은 모든 프레이즈 속에 사유하는 듯한 베토벤을 박아 넣으며 숨겨진 주제를 뽑아낸다. 특히 템페스트와 같이 짧고 강렬한 작품은 박력 없어 보이지만 그건 순간적인 첫 인상일 뿐이다. 레오타가 에너지를 분출하는 방법은 차곡차곡 쌓아올린 프레이즈의 층층 결합을 통해 느즈막히 분출된다. 마치 지휘자가 브루크너 교향곡에서 천천히 빛을 길어올리다가 마지막에 터뜨리고 잦아들며 침묵 속으로 빠져들듯이, 레오타의 베토벤 연주도 그와 유사한 효과를 낸다. 3악장의 후끈한 열기는 빠른 템포의 파괴력보다는 투박하고 까칠한 터치로 우직하게 밀어붙인 결과물이다.
페달을 적게 사용한 성마른 터치는 거친 타격감과 냉정한 감정을 이끌어내 베토벤의 텍스트 분석, 꼼꼼한 프레이징은 모든 프레이즈 속에 사유하는 듯한 베토벤을 박아 넣으며 숨겨진 주제를 뽑아내는데 봉사하고 있다. 이런 특징은 곡에 따라 느낌의 편차가 큰데, 초기 소나타 1, 2번의 경우 너무 직선적인 해석이 곡 특유의 상상력을 제한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광활한 공간에서 숨쉬는 듯한 악상이 덜 살아났으며, 빈 고전파의 명확한 규칙성의 아름다움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물론 신중한 흐름이 쉼표 속에 숨어있는 주제들까지 모두 찾아내 되살려 놓고 있는데, op. 111 해석에서 가장 큰 장점으로 작용한다. 마치 브렌델의 사려 깊은 연주를 듣는 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 월간 La Musica - 김상호
[ 수록곡 ]
DISC 1
1. Piano Sonata No.17 In D Minor, Op.31 No.2 "The Tempest" (1-3)
2. Piano Sonata No.9 In E Major, Op.14 No.1 (4-6)
3. Piano Sonata No.13 In E-Flat Major, Op.27 No.1 (7-10)
4. Piano Sonata No.20 In G Major, Op.49 No.2 (11-12)
5. Piano Sonata No.25 In G Major, Op.79(13-15)
DISC 2
1. Piano Sonata No.3 In C Major, Op.2 No.3 (1-4)
2. Piano Sonata No.10 In G Major, Op.14 No.2 (5-7)
3. Piano Sonata No.19 In G Minor, Op.49 No.1 (8-9)
4. Piano Sonata No.31 In A-Flat Major, Op.110 (10-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