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도르, 뱅상 댕디 등을 사사하고 프랑스 음악계에 독보적 색채미학을 선사했던 작곡가 조르쥬 미고의 삼중주 두곡을 모았다. 진한 우수의 낭만성이 돋보이는 피아노 트리오의 아름다움과, 피아노의 뒷받침 가운데 몽환적인 플루트와 바이올린의 섬세함이 미려하게 전해오는 <춤곡의 편>이다. 특히 <춤곡의 편> 3악장 “종교적”에서 들려주는 애절하면서 강인하게 들려오는 바이올린과 플루트의 앙상블은 이 음반의 백미로 놓쳐서는 안될 필청곡이다.
지금은 거의 잊혀진 존재가 된 조르주 미고. 1891년생인 그는 비도르와 댕디에게서 수학한 정통파 작곡가로서 평생 그 노선에서 이탈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새로운 세대의 음악을 거부하지 않고 자신의 음악적 이상을 펼칠 수 있도록 지원하였다. 메시앙도 그의 후원을 받은 작곡가 중 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20세기 초를 주름잡았던 프랑스 인상주의에는 그다지 관심을 갖지 않았다. 미고는 기본적으로 낭만적인 화음으로 작곡했지만, 인상주의적인 방향으로 가기 보다는 조성 주위를 넓게 방황한다. 그래서 그의 음악은 인상주의도, 당시 주목을 받았던 프랑스 6인조도 아닌, 그만의 세계가 만들어졌다. 그래서 그는 6인조에 빗대어 ‘1인조’라고 불렸다고 한다.
이 모호한 분위기는 첫 곡인 ‘트리오’가 시작되면서부터 느낄 수 있다. 오르간을 연상케 하는 피아노의 두터운 화음 진행은 비도르로부터 받은 영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의도적인 이탈이 감지되는 그의 독특한 멜로디는 분명 ‘1인조’의 음악이다.
연주자로서 이러한 특징을 표현하는 것은 분명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트리오 오셸라가는 명확한 멜로디와 자신 있는 연주로 매우 안정되어있다. 바이올린의 다양한 아티큘레이션은 다양한 스토리를 부여하며,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첼로는 음악의 흐름을 탄탄하게 이끈다. 피아노는 다른 악기와 균형을 맞추면서 독특한 화음들을 명확하게 연주한다.
플루트와 바이올린, 피아노를 위한 ‘춤의 책’은 플루트가 잘 어울리지 못하는 면이 있는데, 곡 자체가 20세기 프랑스 음악에서 플루트가 전폭적으로 담당했던 인상주의적인 효과와는 큰 관계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플루트와 바이올린이 대등한 접전을 벌이면서 플루트가 밀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연주도 다소 평면적으로 들리는데, 앞의 ‘트리오’에서 첼로가 큰 역할을 했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 월간 La Musica - 송주호
[ 수록곡 ]
1. Trio (Ou Suite A Trois) (1-4)
2. Le Livre Des Danceries (5-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