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만에 돌아온 내 방 모습은 아무래도 창백하다.
스피커와 주변 기기들에는 생활의,시간의 징표같은 엷은 먼지가 얹혀 있다.

비엔나 스피커를 위해 따로 구입한 극세사 타올을 미지근한 물로 서너번 헹궈낸다.
옅은 향 섬유유연제를 조금만 사용한다.
물기를 꼬옥 짜낸 후에 고르게 펼쳐 빛좋은 오후 창가에 말린다.

타올이 반건조되는 동안 신테시스 앰프와 아톨 D/A 컨버터,케이블 주변을 정돈하고 전원을 연결한다.
음악은 아직 흐르지 않는다.

아주 조금, 물기와 라벤더 향이 베어 있는 타올이 비엔나 스피커를 천천히 어루만지며 지나간다,
폴리프로필렌 중음 드라이버와 스파이더콘 우퍼는 사랑하는 이의 귓가를 소제할 때처럼 흰 면봉으로 조심스레 정리한다.
실크 돔 트위터는 입김으로 불어낸다.

따뜻해진 신테시스 앰프 손잡이를 아홉시 정도에 맞춘다.
이런 순간에는 리모콘보다 굵직한 노브의 감촉을 직접 느낀다.아니다 즐긴다.

첫곡은 Carla Bley, 이건 분명 인연이야.....엷은 웃음지으며..... end of Vienna.....
두번 째는 드보르작 둠키 세번째 악장, Andante, Vivace Non Troppo.....
그리고 폰 오터.....
스르륵 눈이 감기며 무대를 그린다.
소파에 눕듯이 기대어 느릿한 소편성曲들로 오후를 다스린다.
오늘은 아마 심포니는 듣지 않을 것 같다.....





그래 다시 돌아왔어
여정 끝
내 뜻대로 누리는 삶의 한 순간.
조금 늦었지만,
이미 많은 것을 잃었지만,


스스로 흘러가며 스러지는 세월의 소리 한 소절
생각은 어느새 음악을 떠나
기억 속 고향집 뒷마당을 서성이다가
먼 구름 보다가


이런게 사는건지 어떤지도 모르면서
큰 누나같은 오스트리아 여가수 목소리에 맡긴 한 나절


이 아름다운 별에서 혼자면 어떤가


울지 말고
아프지 말고
마음 그대로 살다가 가
마음 주면서 살다가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