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 북쉘프 스피커면 얼마나 작은 북쉘프 스피커를 말할 수 있을까요?
어떤 이들은 북쉘프 스피커면 다 미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어떤 이들은 PCFI용으로 사용할 작은 스피커면 미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죠.

그 경계를 정확히 짚고 넘어가자면,
미니 북쉘프 스피커보다 더 작으면 새틀라이트 스피커가 되어 버리기 때문에 새틀라이트 개념으로 만들어진 스피커는 제외하고, 최소한의 북쉘프 스피커로써의 이미지를 유지하고 있는 선에서 소형 미니 북쉘프 스피커.. 그 중에서도 가장 고급 이미지를 갖고 스피커라면 바로 엘락의 310 이나 펜오디오의 Rebel 같은 스피커를 떠 올려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미국에서는 저음이 제한된 스피커에 대한 평가 부문을 별도로 만들어 놓았는데요,
저음이 제한된 스타일의 소형 북쉘프 스피커 부문에서 가장 고급 스피커가 바로 엘락의 310이나 펜오디오의 Rebel3 같은 스피커가 되겠네요.
얼마 전에 두 가지 스피커를 간단히 비교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둘의 크기는 거의 비슷하지만 성향이 워낙 다른 성향이라 간단히 그걸 기술해 봅니다.

이 두 스피커의 차이점이 극명하겠지만 오디오 리뷰어로서 가장 먼저 꼽고 싶은 차이점이라면 구동의 난이도를 들고 싶네요.

아무래도 펜오디오 Rebel3는 구동이 의외로 쉽죠.
전에 Rebel2를 마란츠의 PM17 SA라는 신품가 백만원 초반대의 앰프에 물려서 사용했었던 적이 있습니다. 마란츠가 그때만 하더라도 지금의 마란츠와는 또 음색이 제법 다를 때였는데 솔직히 부족한 점이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마음에 들었었습니다. 물론 더 좋은 앰프를 물리면 또 더 좋아지긴 하겠죠.

그렇지만 엘락은 딱 봐도 구동 어렵게 생겼죠.
여기서 구동이 되고 안되고의 기준은 뭘까요?
아무래도 스피커 제작자가 원했던 사운드?
혹은 비싼 앰프를 물려서 얼마만큼 더 좋은 소리가 계속 나와주는가?

특별한 기준은 없지만, 오디오 매니아들 사이에서 구동이 되고 안되고의 기준은, 조금 억지스럽지만 기대하는 음이 나오면 구동이 잘 되고 있는 거고,
기대했던 음이 안 나오면 구동이 안 되는 것이기도 하죠. ^^

펜오디오 Rebel3같은 경우는 소리가 시원스럽게 이탈하게끔, 쉬운 말로 터져 나오게끔 하는데는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50만원짜리 앰프로도 소리를 이탈시키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일부 거친 유전자를 갖고 있는 스피커들의 경우는 억지로 소리만 이탈시켜주면 너무 거친 음이 나오는 경우가 있는데, 펜오디오라는 브랜드는 근본적으로 웬만해서 거친 음이 나오지 않는 스피커인지라 저렴한 앰프들 중에서도 가능한 중립적이고 중저음을 잘 밀어주는 앰프라면 펜오디오 Rebel3와 아주 잘 맞아 떨어질 수 있는 것이죠.

그렇지만, 엘락 310의 경우는 좀 다릅니다.
스피커가 구동이 어려울지 쉬울지는 사실 생김새만 보고도 어느 정도는 유추가 가능합니다.
일단 엘락의 경우는 극단적으로 통의 울림을 배제시켜 놓은 설계 방식입니다.
그래서 인클로져 재질도 과학적으로 정밀하게 계산해서 설계한 알루미늄 통입니다.
반대로 펜오디오의 경우는 그다지 두껍지도 않고 그다지 무겁지도 않은 적층 자작나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제작자의 말에 따르면 이 적층 자작나무가 자신이 원하는 가장 아름다운 사운드에 걸맞는다고 합니다.

구동이 어렵고 쉽고의 차이는 이런 통울림이 잘 되는지 안 되는지 에서도 판가름이 나는데,
통의 울림을 통해서도 소리의 울림이 발생되게 되고 그 울림이 많이 발생될 수록 배음이 많아지게 됩니다. 과도하게 그 배음이 많아지게 되면 음이 지저분해지게 되지만, 펜오디오의 경우는 일반 MDF가 아닌 적층 자작나무를 사용함으로써 그 통울림이 단정하면서도 깔끔하게 발생되도록 합니다.

바로 그런 차이에서도 소리의 차이는 얼마든지 많이 발생되게 됩니다.

순서를 메겨가면서 차이점을 정리해 볼까요?

차이점 둘.
펜오디오 Rebel3는 저음이 다소 빈약하다는 것은 인정하고 사용하는 스피커이고
엘락 310은 구동이 어렵다고 했듯이 앰프가 올라가면 저음도 제법 하드코어하게 나와줍니다.

저 작은 깡통 스피커에서 저음이 나와봤자 얼마나 나오겠어? 하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요.
30평 거실에서 이 작은 깡통 스피커 하나 놓고 약간 억지스럽지만 앰프만 쌔게 물려주면 깊게 뚝 떨어지는 저음은 안 난다 하더라도 한방씩 빵빵 쳐주는 펀치감도 훌륭하고, 은근히 중저음도 제법 깔아주는 편입니다.
처음 접해보면 좀 놀랄만한 특성이죠.
이 작은 스피커에서 이런 정도의 강력한 펀치력도 나와주고 넓게 펼쳐지는 음도 나와준다는 것이 말이죠.

펜오디오 Rebel2나 Rebel3는 솔직히 숨길 수 없는 점이지만, 저음은 어느 정도 아쉽다는 것을 인정하고 사용하는 스피커입니다.
예를 들자면, 김태희나 한가인같은 연예인이랑 결혼하려면 그 여자들이 내 기분 잘 맞춰주고 집안일도 잘 할 것이라는 기대는 크게 안 하는 것이 좋겠죠. ^^

차이점 셋.
초 현대적인 해상력이냐? 소프트하고 섬세함의 극치이냐?
둘 다 해상력은 엄청 좋습니다. 저음을 고의적으로 제한시키더라도 중고음을 최대한 뛰어나게 재생하도록 튜닝된 스피커이기 때문에 정말 중음이나 고음만큼은 어느 스피커에도 뒤지지 않는 스피커입니다.

그런데 엘락 310은 과학으로 만들어낸 최고의 중고음이라면 펜오디오 Rebel3는 전통적인 자연의 튜닝법으로 만들어낸 최고의 중고음입니다.
누가 더 좋다는 이야기는 절대 아닙니다. 엘락의 중고음도 대단히 좋고 펜오디오의 중고음도 대단히 좋습니다.

다만 펜오디오의 중고음은 섬세함과 소프트함, 결이 고운 느낌에 티 없이 맑은 느낌에 기초를 두고 있다면, 엘락 310의 중고음은 생동감이 장난이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우수한 스피커들이기 때문에 당연히 엘락의 소리도 섬세하고 소프트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둘만 놓고 비교를 한다면 엘락 310의 중고음은 레이져같은 느낌의 중고음이라 할 수 있습니다. 눈이 부실 정도의 선명도와 명징함, 개방감이나 입체감도 대단합니다. 그러면서도 딱히 욕먹을 정도로 거칠거나 단점이라 할만큼 음이 쏟아져 나오거나 산만하거나 나대지도 않지요. 만약 그런다면 추천을 하지도 않겠지요.

펜오디오 Rebel3의 중고음을 마치 새가 지저귀는 소리에 비유한다면 엘락 310의 중고음은 최첨단 장비에서 레이져가 뿜어져 나오는 것 같은 신비감을 느낄 수 있는 음입니다.
과연 어떤 음이 더 좋을까요?

그건 사람마다 다르겠죠. ^^

차이점 넷.
무대감의 연출이나 이미징의 차이도 조금은 다릅니다.
엘락 310이 좋은 의미에서 완벽 주의 무대 연출가라면, 펜오디오 Rebel3는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마치 재즈 보컬리스트나 재즈 큇텟처럼 평화롭고 자유로운 분위기로 무대를 만드는 그런 느낌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무대 연출가가 완벽주의자라면 나쁜 의미는 절대 아니지만, 좀 까다롭긴 하겠죠.
그런 사운드를 만드는 것이 생각보다 아주 쉽지는 않지만 제대로 만들어 졌을 때는 음의 핀 포커싱이나 음상, 이미징이 극도로 뚜렷하게 맺히며, 모든 재생되는 음 하나하나의 위치까지 정확하게 잡아주는 것 같은 특성이 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그 전체 음이 너무 인위적이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문제될 정도는 아니며, 문제가 될 정도로 인위적이라면 세팅 실력이 부족하거나 근본적으로 취향에 안 맞는 것이라 해야겠지요.

반면 펜오디오 Rebel3 역시 핀 포커싱이나 음상 포인트 등은 어마어마하게 좋습니다.
음상이나 이미징, 포커싱 등을 어쩜 이렇게 아름답고 미려~ 혹은 유려하게 표현하는지 모릅니다.

엘락이 만들어 내는 음상 포커싱이나 이미징이 니콘의 3600만 화소 카메라가 찍어놓은 화사처럼 정교함의 극치에 30%가량의 리본 트위터 특성이 가미된 대단히 훌륭한 사운드라면, 펜오디오 Rebel3가 만들어 내는 무대감이나 음상 포커싱은 마치.... 거대한 눈밭과 깨끗하고 화창한 맑은 하늘의 공존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날씨 좋은날 스키장을 가면 그런 느낌을 종종 받게 되죠.
혹은 필리핀이나 사이판, 태국같은 바다 휴양지의 그 화창하고 말끔하며 아름다운 느낌과 비유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두 스피커 모두,
사이즈는 작지만 음의 펼쳐짐이나 스테이징은 대단히 좋은 편입니다.

공간이 넓으면 공간이 넓은대로..
배치만 잘하면 거실이든 방이든 청자의 앞에 오로라같은 홀로그래픽을 선사해 줍니다.

이 글은 좋고 나쁘고를 말하는 글이 아닙니다.
두 스피커의 비슷한 듯 하면서도 조금은 다른 성향을 가장 완벽한 조건으로 테스트 해본 후, 그 성향에 대해 극명하게 표현한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소형 미니 스피커에서는 완벽이라는 것을 기대하면 안 됩니다.
단점이 없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세상에 작은 거인은 없습니다.
골리앗을 물리친 다윗은 있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다윗이 절대로 거인은 아닙니다.

단점이 아예 없는 스피커를 찾는다면,
리뷰에 모범생 스타일이라는 스피커들을 찾으면 됩니다.
다만, 딱히 꼬집을만한 단점은 없지만 특별할 것도 없겠지요.

오디션 프로에서도 보면 YG, JYP, SM 이 노래를 단점 없이 완벽하게 부르는 참가자들이 있더라도 그 사람들에게 칭찬 안 합니다.
뭔가 다른 개성을 가지고 있거나 다른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참가자에게 칭찬을 하고 기회를 주지요.

기존 가수들처럼 노래 잘 부르는 참가자들은 나이가 좀 많아지면 얼마든지 많지요.
그렇지만 가수 지망생에게 나이가 가격이라면, 나이 어리고 노래를 아직 완벽하게 못 부르더라도 남들이 가지고 있지 못하는 장점이나 특징을 가지고 있는 참가자들에게 심사위원들은 가장 큰 호평을 하게 되지요.

평가란 그런 것입니다.

엘락 310 과 펜오디오 Rebel, 이 두 스피커도 이렇게 작은 사이즈에서 낼 수 있는 한계는 분명하지만 아무리 큰 사이즈의 스피커라도 이 두 스피커에서 못 내주는 사운드가 또 있습니다.

오디션 프로 보면서 노래 더 잘 부르는 사람 골라내기는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반대로 일반적으로는 알지 못했던 매력을 찾아내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지요.

기회 되시면 한번씩 경험해 보시기 바랍니다.
소형 미니 북쉘프 스피커로써는 가장 고급에 속하는 제품들인데요.
엘락은 앰프 매칭만 잘 해주면 거실에서도 썩 나쁘지 않은 소리를 내 주지만,
펜오디오 Rebel의 경우는 거실이 다소 버겁다면, 방에서 사용하시면 정말 기가 막힌 소리를 내 줍니다.